평론 Critic

김종근의 이 작가를 주목한다 


The Language of Light-BLUE Four Seasons 빛의 언어-블루 - 사계 LL18-24,25,26,27 100x200cm, acrylic on canvas, 2018

The Language of Light-BLUE LL19-18, 60x60cm, acrylic on canvas, 2019

The Language of Light-BLUE LL19-15, 70x60cm, acrylic on canvas, 2019

The Language of Light-BLUE LL18-12, 100x100cm, acrylic on canvas, 2018

김종근 미술평론가(사)
한국미협 학술평론분과 위원장
고양국제 플라워 아트 비엔날레 감독
서울아트쇼 공동감독

화가 정택영 Takyoung JUNG, Paris based artist

김종근의 이 작가를 주목한다 
[김종근의 나는 이 작가를 주목한다⑥] 정택영의 블루 색채 , 이제 빛을 탐하다
투데이신문 ? 2020. 9. 23. 14:58  

인상주의 화가들을 빛의 화가들이라 부른다. 빛이 순간적으로 세상에 닿는 찰나에 집중해서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다.
이제 정택영 작가는 진정으로 회화에서 색채와 빛을 노래한다. 
사실 이전에 그는 “빛”을 노래한 적이 없었다. 30대에는 회화의 빛나는 색채와 화면의 조형성에 치열하게 골몰했고, 40대에는 파리로 도불, 그야말로 에꼴 드 파리의 작가가 되면서 그는 비로소 서서히 “빛과 생명”이라는 명제 아래 그의 붓질에 인생을 걸었다. 그에게 파리로의 유학은 회화에 대한 근본정신과 세계를 이렇게 송두리째 바꾸게 된 인생에서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이후 그는 신앙심이 가득한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바뀌었다. 거기서 그는 빛을 갈구했고 그의 화폭 속에 비로소 빛이 들어왔다. 원래 미술의 역사나 작품에서 빛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낭만주의 화가 윌리암 터너가 괴테의 색채학에 매료되면서 빛을 화폭에서, 렘브란트가 빛을 무기로 회화의 생명이 빛임을 세계에 알렸고, 프랑스 화가들이 터너의 영향으로 빛과 색채의 회화를 끌어들이면서 화구를 들고 바깥으로 뛰쳐나가는 인상파를 탄생시켰다.
이후 도널드 쥬드나 바넷트 뉴먼이 네온 아트 등을 표현의 무기로 수없이 많은 작가가 빛을 이용했지만, 정택영 작가가 갈구했던 그런 유형의 빛은 아니었다.
23회를 맞는 정택영의 이번 돈화문 갤러리 전시는 명확하게 ‘빛과 생명’이란 주제 아래 색채가 빛을 탐하는 아주 중요한 전시다.
정택영의 회화적 흐름에는 두 가지 패턴이 있다. 하나는 개인적 삶의 변화와 파리 체류에 대한 인상이다. 그는 이 삶에 체험을 화폭에서 명증성 있게 보여주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공간 속에서 절제된 색채와 형태의 단순화로 사물의 기호와 싸인을 표현해내고 있다. 그가 빛과 생명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것은 가독성이 있는 용어는 아니다.
70년대 작가는 극사실 기법을 통한 우주적 현상론과 인간의 존재론에 대해 탐미했고, 80년대는 드로잉과 상형문자 획의 드로잉 이미지가 결합한 색면추상으로 표현, 90년대는 민족의 전통적 오방색과 민족성 연구를 통한 한국적 정체성을 모색했다.
2000년 들어 생명의 본질과 모든 생명의 존재론적 접근을 통한 생명에 대한 예찬을 시도했다. 2009년에는 생명의 근원을 하나의 원형질, 즉 씨앗의 타원형으로부터 모색하고 이를 현대적 형태 분석과 해석을 통해 다색을 사용하되 색의 절제를 통한 미니멀적인 현대회화로 생명의 근원을 탐색했다.
그는 2015년 이후 단순화한 사물의 상징적 해석을 통해 빛의 근원과 생명의 유기적 관계를 회화적 표현 방식으로 시작했는데 이번 전시회에서 그런 중요한 변화와 정착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빛을 말하지만, 흔히 이야기하는 일차원적인 빛은 아니다. 그에게 빛은 스스로 겪고 체험했던 인간의 삶 속에 빛이다. 이브클라인의 <블루>처럼 그는 블루를 기본으로 모든 그의 예술세계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빛의 언어”로 그린 이들 작품의 이미지는 그 스펙트럼을 포착해 그것을 조형적 스펙트럼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으로 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는 또 “속도, 폭력성, 성적 호기심 그리고 나르시시즘 등 현대인들의 불안정한 정신·심리적 상태를 치유하는 힐링의 한 매체로 화면을 구성했고, 디지털에서 벗어나 예술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우울증과 조울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정신적 안정, 시각적 희열을 주려는 소명의식으로 작품의 혼을 쏟았다”는 표현에서 그의 색채가 매우 힐링적인 측면이 존재함을 암시한다. 

그는 믿고 있다. 때로는 강하고, 밝고, 어둠을 물리치는 힘을 지니고 있고,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표면에 빛이 투과될 때 각각 고유한 물체의 언어로 변환돼 소리 없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 생명의 존귀함을 일깨워주고, 존재에 대해 깊이 숙고해 주는 모멘텀을 전해주기 위해 이번에 색채에 ‘빛의 언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비구상 세계와 사실의 세계를 넘나들며 세상에 대한 통찰과 삶을 그려나가는 정택영 작가의 작품에는 음과 양, 냉과 온, 극대화와 극소화, 이성과 감성 등의 조화가 담겨 있다. 
 

이번에 전시에 두드러진 점은 작품들의 경우 ‘빛과 생명’을 주제로 모든 생명은 빛과 함께 존재하고 빛에 의해 생성, 성장, 번성한다는 인식 아래 기하학적, 자연적 유·무형의 형태와 형상들을 통해 삶과 빛과의 관계를 조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색면 추상을 화면에 병치시켜 강렬한 색면대비와 획의 동적 조형요소로 화면을 구성하며 구상적인 형태를 기호처럼 화폭에 이입시킨다. 꽃의 형태를 암시하는 단축적인 생략의 요소가 화면에 보석처럼 박혀있다.
이후 정택영 작가는 인간과 자연의 생태학적 관계와 생명체의 존재 방식을 회화로 풀어낸 ‘생의 예찬’ 시리즈의 작품처럼 이제 그는 ‘빛과 생명’이란 주제로 생명의 근원은 곧 빛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조형 이념을 색채로 승화시킨다. 그것도 아주 원숙하고 세련되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23회의 개인전시는 그의 파랑에 대한 조형적인 가치와 색채가 어떻게 빛을 발하고 성공적으로 형상화하였는지를 증명하는 축제이다.